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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전체 혼인 신고 부부의 19.6%, 즉 5쌍 중 1쌍이 결혼 후 1년 이상 신고를 늦췄습니다. 저 역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면서 맞벌이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따져보다가, 열심히 일한 것이 오히려 대출 자격 박탈로 돌아오는 구조를 마주하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정부가 '결혼 친화형 제도 개편'을 발표했지만, 현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합니다. 왜 그런지, 숫자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혼인신고, 왜 미루게 됐을까 — 결혼 페널티의 배경
주변에서 오랜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리고도 "청약 점수랑 대출 때문에 혼인신고는 좀 더 미루기로 했어"라며 웃는 지인을 마주할 때마다, 씁쓸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결혼식과 혼인신고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순서였으니까요.
이른바 '결혼 페널티'라는 말이 20~30대 사이에서 공공연히 쓰이기 시작한 건 꽤 최근의 일입니다. 결혼 페널티란 법적 부부가 되는 순간 주거·금융·세제 등 각종 제도에서 미혼 상태보다 오히려 불리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결혼이 인센티브가 아니라 페널티로 작동하는 역설입니다.
이 문제의 뿌리는 오랫동안 외벌이 가구를 기본 전제로 설계된 복지·주거 제도에 있습니다. 한 가구의 생계를 주 소득자 한 명이 책임진다는 가정 아래 소득 기준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맞벌이가 보편화된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곳곳에서 생겨났습니다. 결혼 전에는 각자 개별 소득자로 혜택을 누리다가, 혼인신고 한 장으로 부부 합산 소득이 적용되면서 갑자기 기준을 초과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출처: 국가통계포털(KOSTAT)에 따르면, 혼인 후 1년 이상 지연 신고 비율은 2020년 12.8%에서 2025년 19.6%로 5년 만에 약 7%포인트 올랐습니다.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이 이 현상이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혼인 외 출생아도 2024년 기준 전체 출생아의 5.8%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결혼식·동거·출산과 혼인신고가 더 이상 하나의 묶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흐름이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의 벽 — 숫자로 보는 진짜 문제
제가 직접 대출 요건을 따져봤을 때 가장 황당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소득 기준이 1인의 2배가 아니라 고작 1.2배 수준으로만 늘어납니다. 두 사람이 합쳐졌으니 기준도 두 배가 되는 게 상식 아닐까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을 예로 들겠습니다. 디딤돌 대출이란 무주택자에게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정부 정책 금융 상품으로, 많은 청년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의 첫 관문으로 활용합니다. 미혼 상태에서는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면 신청이 가능하지만,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 합산 8,500만 원 이하 기준이 적용됩니다. 두 사람 각각 연봉이 5,000만 원이라면 미혼 때는 둘 다 기준 이내지만,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합산 1억 원으로 자격이 사라집니다.
장기·고정 금리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도 구조가 같습니다. 보금자리론이란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 고정 금리로 설계된 정책 모기지 상품입니다. 미혼 연 7,000만 원 이하, 신혼가구 합산 8,500만 원 이하라는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평범한 맞벌이 부부에게는 두 상품 모두 혼인신고 직후 자격이 날아갈 수 있는 셈입니다.
세금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결혼 전 각자 주택을 보유한 경우 혼인신고를 하면 다주택자가 되어, 이후 주택을 사거나 팔 때 양도소득세 중과나 취득세 중과 같은 세제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0년에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분의 사례가 기사에 나오는데, 부부 모두 주택을 보유한 상황에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저에게도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결혼 친화형 제도 개편 방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맞벌이 신혼부부 행복주택 입주 소득 기준: 월 763만 원 → 939만 원으로 상향
- 통합공공임대주택 공급 소득 기준: 1인 가구의 2배 수준으로 완화
- 혼인신고 후 소득 초과 시 버팀목 전세대출 가산 금리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인하
- 청년미래적금 2인 가구 소득 기준을 1인 기준의 2배 수준으로 상향
- 주말 부부 등 따로 사는 부부의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허용 검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대보다 훨씬 소폭의 개선이었습니다. 현장 반응이 싸늘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혼인신고를 미루게 만드는 핵심 원인인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은 이번 개편안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공공임대 재계약 한 차례 허용, 전세대출 가산 금리 인하 같은 조치는 실수요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내 집 마련 과정의 불이익'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 — 전망과 방향
해외 사례를 보면 이 문제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스위스는 부부 소득을 합산해 과세하는 구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미혼 동거 커플보다 높은 세 부담을 지는 문제가 수십 년간 이어졌습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올해 3월 부부 공동 과세를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국민투표에 부쳤고, 투표자의 54%가 찬성하며 통과시켰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명시적으로 "결혼 페널티를 없애는 세제 개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당 제도는 늦어도 2032년까지 시행될 예정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작년 말 주택금융 지원 제도상 결혼 페널티를 공식 지적하며 "맞벌이 가구 보편화 현실을 반영해 '혜택 절벽'을 방지할 합리적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습니다(출처: 국민권익위원회). 여기서 혜택 절벽이란 소득이나 자산이 기준선을 넘는 순간 지원이 전면 중단되는 급격한 단절 현상을 의미합니다. 완만한 체감이 아니라 '기준 +1원'으로 모든 혜택이 사라지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순히 소득 기준 수치를 몇 만 원 올리는 식의 부분 보완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는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주택 구입, 대출, 청약, 세금이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고리만 푼다고 해서 전체 계산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을 합니다. 이은희 전 대한가정학회장은 "법적 부부가 되는 선택이 손해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혼이 행복한 출발이 아니라 손익 계산이 필요한 경제적 결정이 되어버린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공임대 기준을 조금 손보거나 적금 한도를 올리는 수준으로는, 디딤돌 대출 자격 상실을 두려워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들의 판단이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혼인신고를 안 하면 법적으로 불이익이 있나요?
A. 배우자의 법정 상속권,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의료 동의권 등에서 제한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녀가 태어난 경우 출생 신고 과정에서도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라면, 이러한 법적 공백이 언제 문제가 될지 미리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디딤돌 대출 받고 나서 혼인신고 해도 되나요?
A. 대출 실행 이후 혼인신고를 한다고 해서 기존 대출이 소급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출 심사 당시의 소득·주택 보유 여부를 기준으로 자격이 판단되므로, 대출 신청 전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 합산 소득이 적용되어 자격 초과가 될 수 있습니다. 순서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이번 결혼 친화형 제도 개편에서 청약은 달라진 게 있나요?
A. 청약 관련 일부 개선은 2024년 3월에 먼저 이루어졌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공공주택 특별공급 청약 소득 기준이 연 1억 2,000만 원에서 1억 6,000만 원으로 높아졌고, 부부 중복 청약도 허용됐습니다. 이번 2025년 개편안에서 청약 기준의 추가 변경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혼인 여부가 소득·자산·주택 보유 이력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유지됩니다.
Q. 각자 집이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면 세금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A.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의 주택이 합산되어 다주택자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주택을 추가 취득할 때 취득세 중과, 기존 주택을 팔 때 양도소득세 중과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 혼인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 특례 요건이 있으므로 세무사 등 전문가와 본인 상황에 맞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버팀목 전세대출 가산 금리 인하는 얼마나 체감이 되나요?
A. 이번 개편안은 혼인신고 후 부부 합산 소득이 기준을 초과해 부과되는 가산 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입니다. 버팀목 전세대출이란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정책 전세 자금 대출로, 소득 기준 초과 시 일정 금리가 추가됩니다. 가산 금리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소득 기준 자체가 낮아 처음부터 신청 자격이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결론
정부가 '결혼 친화형 제도 개편'을 발표했지만, 저는 이번 개편안이 미봉책에 그쳤다고 봅니다. 공공임대 기준을 조정하고 전세대출 가산 금리를 낮추는 조치가 나쁜 건 아니지만, 실수요자들이 혼인신고를 미루게 만드는 핵심 원인인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 그리고 다주택자 세제 문제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반쪽짜리 개편으로 부부 5쌍 중 1쌍이 혼인신고를 1년 넘게 미루는 흐름이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혼이 페널티가 아닌 인센티브가 되려면, 외벌이를 전제로 설계된 가구 단위 소득 기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각자의 소득을 개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출, 세제, 청약을 포함한 제도 전반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혼인신고를 앞두고 있거나 현재 미루고 있다면, 디딤돌 대출·보금자리론·버팀목 전세대출 등 본인이 활용 가능한 제도를 정확히 파악한 뒤 혼인신고 시점을 결정하시기를 권합니다.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기준에서 가장 유리한 순서를 먼저 챙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참고: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6/06/20/BR7KPIWU6NBDVM74DTAQ3QKHI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