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출산 가구의 이주를 막아온 '최저주거기준 미달' 요건을 올해 하반기부터 전면 삭제합니다. 그동안 아이가 태어나도 현재 면적이 기준선을 넘는다는 이유 하나로 더 넓은 집으로 이사조차 못 했던 가정들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저로서는, 이번 발표가 뒤늦었지만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36㎡라는 벽 — '최저주거기준'이 실제로 어떤 장벽이었나

아이가 생기면 집이 좁아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가정에는 이게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법령상 막힌 길이었습니다. 제가 가까이서 지켜본 한 가정은 출산 후 더 넓은 평형으로 이주 신청을 했다가 "현재 면적이 최저주거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그 가족이 살던 집은 방 두 개짜리 소형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최저주거기준이란,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가구원 수별 최소 주거 면적 기준을 뜻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부부와 자녀 1명 기준으로 36㎡가 그 선인데, 이 면적은 전용 약 11평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영아를 키우는 가정의 생활을 보면 유모차, 수유 용품, 아이 침대만으로도 거실이 꽉 찹니다. 기준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의 '임대규정 시행 내규'는 이 최저주거기준 미달을 이주 신청의 전제 조건으로 삼아 왔습니다. 쉽게 말해, 36㎡보다 단 1㎡라도 넓은 곳에 산다면, 아이를 낳아도 더 넓은 집으로 옮길 자격이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 규정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국가 과제로 내세우는 나라에서, 아이를 낳은 가정의 이주를 행정 규정 하나가 틀어막고 있었다는 게 선뜻 믿기지 않았습니다.

  • 최저주거기준(3인 가구): 36㎡ — 전용 약 11평 수준
  • 이 기준을 1㎡라도 초과하면 출산 후에도 이주 신청 불가
  • 근거 규정: SH공사 '임대규정 시행 내규' (올해 하반기 개정 예정)
  • 문제 핵심: 면적 수치가 실제 영아 양육 환경을 반영하지 못함
요약: 3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36㎡를 단 1㎡라도 넘으면 출산 후에도 이주 신청이 막혀 있었으며, 이 수치는 실제 육아 환경과 동떨어진 탁상 기준이었습니다.

 

이번 규제철폐가 실제로 바꾸는 것 — 현장에서 체감할 변화

서울시는 2026년 7월 15일, 규제철폐안 3건을 한꺼번에 발표했습니다(출처: 연합뉴스). 이 가운데 출산 가구의 주거 이동 기준 완화(192호)가 가장 직접적인 체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올해 하반기 중 SH공사의 임대규정 시행 내규를 개정해, 현재 거주 면적이 최저주거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출산 가구라면 더 넓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동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요건 자체를 삭제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규제 완화 발표는 말만 바꾸고 실제 적용에서 조건이 남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은 요건 자체를 '삭제'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면적 미달 여부를 따지는 심사 관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 창구에서 같은 이유로 되돌아오는 일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규정은 삭제가 아닌 완화로 설계될 때 현장에서 여전히 해석상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방식은 그보다 명확합니다.

같은 날 발표된 현금 기부채납 세부 가이드라인(193호)도 눈에 띕니다. 현금 기부채납이란, 개발사업자가 공공에 토지 대신 현금으로 기여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기부채납이란 개발 이익의 일부를 공공에 귀속시키는 법적 절차를 뜻하는데, 지금까지는 사업마다 납부 시기와 방식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총 5회 균등 분할을 원칙으로 잡아, 착공 시 20%를 내고 준공 전까지 4회에 걸쳐 나머지를 내도록 기준을 통일했습니다. 개발사업 투명성 측면에서 작지 않은 개선입니다.

정비사업 조합 임원의 법정 의무교육(194호) 방식 개선도 함께 이뤄집니다. 조합 임원은 선임일로부터 6개월 내 12시간 이상의 조합 운영·윤리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교육이 평일 낮 집합 방식으로만 운영돼 비상근 임원이 사실상 참석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제 평일 야간과 주말 과정이 신설됩니다. 지난달부터 이미 주말 교육이 시행 중이고, 평일 야간도 곧 추가될 예정입니다.

요약: 최저주거기준 미달 요건 삭제·현금 기부채납 5회 균등 분할 기준 통일·조합 임원 교육 평일 야간·주말 신설, 세 가지 규제가 동시에 개선됩니다.

 

규제를 없앤 다음이 더 중요하다 — 공급대책 없이는 반쪽짜리

이번 요건 삭제가 반가운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발표를 접하고 곧바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넓은 평형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줬는데, 이동할 집은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의 평형 배분을 보면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SH공사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소형 위주로 구성돼 있고, 3~4인 가구가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전용 50㎡ 이상 중형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주거 이동 신청 요건을 풀어준다고 해도, 실제로 배정받을 수 있는 중대형 공공임대 재고(스톡)가 부족하면 이주 대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임대 재고란 현재 공급돼 있어 입주 가능한 임대주택 총량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늘지 않으면 자격만 생기고 기회는 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책은 문을 여는 것과 그 문 너머에 실제로 무언가가 있는 것이 동시에 갖춰져야 효과가 납니다. 일반적으로 규제 완화는 즉각적인 수혜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급이 받쳐주지 않으면 대기 순번만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남습니다. 이 점은 솔직히 이번 발표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입니다.

주거 사다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거 사다리란 소득과 가구 상황 변화에 따라 소형에서 중형, 중형에서 자가로 단계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거 지원 체계입니다. 이번 규제 완화가 이 사다리의 한 칸을 넓혀준 것은 맞지만, 사다리 전체가 튼튼해지려면 중대형 공공임대 물량 확충과 함께 입주 후 장기 정주를 지원하는 후속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출산 가구가 잠깐 혜택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진짜 저출생 대응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 이주 자격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며, 중대형 공공임대 재고 확충과 장기 정주 지원이라는 공급대책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공공임대에 살고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나요?

A. 올해 하반기 SH공사의 임대규정 시행 내규가 개정된 이후부터 가능합니다. 현재는 아직 기존 규정이 유효하므로, 개정 시점을 SH공사 공식 채널에서 확인한 뒤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규정 개정 후 즉시 신청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접수 창구 일정은 기관 공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최저주거기준 36㎡보다 넓은 집에 살고 있어도 이번 개정으로 이주 신청이 되나요?

A. 네, 그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입니다. 현재 거주 면적이 최저주거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가구라면 더 넓은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이동 신청 자격이 생깁니다. 다만 실제 배정 가능한 물량이 충분한지는 별개 문제이므로, 이주 대기 기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이번에 함께 발표된 현금 기부채납 가이드라인은 일반 시민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A. 현금 기부채납은 개발사업자가 공공에 현금으로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 재원이 결국 지역 기반 시설이나 공공서비스로 돌아옵니다. 지금까지는 사업마다 납부 조건이 달라 형평성 시비가 잦았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5회 균등 분할이라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시민 입장에서는 개발이익 환수가 좀 더 예측 가능하고 투명해진다는 의미입니다.

 

Q. 정비사업 조합 임원 교육을 주말에도 들을 수 있게 됐다는데, 온라인도 되나요?

A. 서울시 발표 기준으로 주말 집합교육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며, 평일 야간 과정도 조만간 추가될 예정입니다. 온라인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발표에서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서울시 도시재생실 또는 SH공사 교육 담당 창구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결론

SH공사 임대규정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요건이 사라지는 것은, 행정이 드디어 현실의 육아 무게를 조금이나마 인정한 변화입니다. 숫자 하나에 막혀 이사조차 못 했던 가정들을 가까이서 봐온 저로서는, 이번 규제철폐가 늦었지만 방향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리하면, 문을 여는 것과 그 문 너머에 집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주 자격을 얻었더라도 중대형 공공임대 재고가 받쳐주지 않으면 대기 순번만 늘어납니다. 하반기 내규 개정 이후 SH공사의 물량 공급 계획과 이주 배정 현황을 꼼꼼히 확인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자격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더 넓은 공간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na.co.kr/view/AKR202607150501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