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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집을 팔려다 사실상 포기 직전까지 갔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처음엔 "설마 그 정도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들여다보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출 규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까지 겹겹이 쌓인 규제의 실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고,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 과연 이게 정상일까요.

토지거래허가, 팔려는 사람도 발목 잡힌다
집을 팔겠다고 결심했는데 세입자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냥 못 파는 겁니다. 이게 지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안에서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특정 구역 내 토지나 주택을 거래할 때 반드시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내 집이라도 맘대로 팔지 못하게 국가가 거래 자체를 통제하는 장치입니다. 허가를 받으려면 매수자가 실거주 목적임을 증명해야 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실제로 입주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실거주 요건이 매수자만 締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세입자 동의 없이는 허가 자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도자가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쥐여주는 사례까지 생겨났습니다. 제 지인도 정확히 이 상황에 처했고, 이사비 협상이 길어지면서 몇 달을 허비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 방안'을 발표해 비거주 1주택자도 세입자 동의 없이 처분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그런데 이 조건이 또 까다롭습니다. 매수자는 반드시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자'여야 하고, 세 만기 시 실거주 의무까지 집니다. 집을 한 채 가진 1주택자가 먼저 집을 처분한 뒤 이 혜택을 이용하려 해도 안 됩니다. "발표일 이전부터 무주택"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출 규제, 2억도 온전히 못 받는 구조
토허제 문제를 어떻게 넘겼다 해도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대출입니다. 분당 대형 평형처럼 25억 원이 넘는 물건은 주택담보대출(담보대출)이 최대 2억 원까지만 나옵니다. 현행 규정상 15억 이하는 6억, 25억 이하는 4억, 25억 초과는 2억이 한도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억이라는 숫자 자체도 문제지만, 그 2억조차 온전히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매수하는 경우, 정상 입주가 불가능한 물건으로 분류되어 담보대출 심사에서 추가 제한이 붙을 수 있습니다.
전세 퇴거자금대출이라도 활용할 수 있으면 숨통이 트일 텐데, 이 역시 불가합니다. 전세 퇴거자금대출이란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집주인이 받는 대출을 말하는데, 토허제 구역 내 매수자에게는 해당 대출 자체가 허용되지 않아 현실적인 자금 조달이 막히는 구조입니다.
매수자 폭도 크게 줄어듭니다. 무주택자만 이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다 보니 잠재 매수자 풀이 극도로 좁아집니다. 아래는 현재 대출 규제로 인해 매수자가 마주하는 주요 제약 사항입니다.
- 25억 초과 주택: 주택담보대출 최대 2억 원 한도
- 세입자 있는 물건: 담보대출 심사상 추가 불이익 발생 가능
- 전세 퇴거자금대출: 토허제 구역 매수자는 이용 불가
- 매수자 자격: 발표일 기준 계속 무주택 유지자로만 한정
결국 살 의지가 있어도 돈을 끌어올 방법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규제가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거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타이밍이 전부다
재건축 단지를 거래할 때는 또 다른 규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입니다. 이름부터 무겁죠. 혹시 이 규정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계셨나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설립인가가 난 이후에는 해당 주택을 팔더라도 매수자가 조합원 자격을 넘겨받지 못하는 규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인가 이후에 집을 사면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으로만 정산되는 '현금청산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재건축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비싼 값에 샀다가 현금청산자가 되면 실질적 손실이 막대합니다.
분당 양지마을처럼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경우, 조합설립인가 대신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그 기준점이 됩니다. 이 고시가 나기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완료해야 매수자가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1세대 1주택자로서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도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증여로 지분을 취득한 경우에는 보유 기간 승계가 안 됩니다. 상속은 가능하지만 증여는 안 되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세부 예외 조항은 당사자들조차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거래가 임박해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결국 이번 매각 사례처럼 급매로 시세 대비 2억 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처분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계약 후 등기 이전 전에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라도 나버리면 매수자는 하루아침에 현금청산 대상자로 전락하게 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제의 중첩, 시장이 마비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규제, 즉 토지거래허가제, 대출 규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하나의 물건에 동시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요? 제 지인의 경우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팔려고 하니 세입자가 막고, 대출은 터무니없이 적게 나오고, 등기 이전 타이밍은 재건축 일정에 쫓기는 3중 압박이었습니다.
규제가 중첩될수록 시장은 더 기민하게 반응합니다. 실수요자들은 거래를 포기하거나, 급매로 손해를 감수하거나, 아예 다른 지역을 찾아 떠납니다. 유동성이 극도로 경색되면 가격 왜곡도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정상적인 가격 발견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상황을 지켜보며 가장 강하게 느낀 건 무력감이었습니다. 정책의 취지가 집값 안정이든 투기 억제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거래 비용과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실수요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불합리한 규제가 오히려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면 실수요자가 제 집에서 제 집으로 이동하는 것 정도는 막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매도자도, 매수자도 모두 규제에 짓눌리는 구조에서는 시장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규제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있으면 집을 아예 못 파나요?
A. 기존에는 세입자 동의 없이 처분이 불가능했습니다. 2025년 5월 국토부 발표 이후 1주택자는 세입자 동의 없이도 처분할 수 있게 됐지만, 매수자는 무주택자여야 하고 세 만기 시 실거주 의무를 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세입자만 사라지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닌 셈입니다.
Q. 재건축 단지는 조합설립인가 전에만 팔면 무조건 안전한가요?
A. 계약만 한 상태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합원 지위 승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계약 이후 등기 이전 전에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나버리면 매수자는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25억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2억밖에 안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맞습니다. 현행 주택담보대출 규제상 공시가격 또는 매매가 기준 2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담보대출 한도가 2억 원으로 제한됩니다. 여기에 세입자가 있는 물건이라면 정상 입주가 불가능한 물건으로 분류돼 대출 심사에서 추가 불이익이 생길 수 있고, 전세 퇴거자금대출도 이용이 어렵습니다.
Q. 증여로 받은 지분은 왜 조합원 지위 양도 예외에서 빠지나요?
A.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상 상속의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보유·거주 기간을 승계받을 수 있지만, 증여는 이 승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증여로 지분을 취득한 경우 10년 보유·5년 거주 예외 요건을 스스로 충족해야 하며,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인가 이후 처분 시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합니다.
결론
지인의 사례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지금의 부동산 규제가 투기를 막는 장치를 넘어 시장의 교환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 대출 한도 규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한 물건 위에 쌓이면 실수요자조차 정상적인 거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정리하면, 규제의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그것이 적용되는 방식이 너무 획일적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실수요자의 이동을 돕고 거래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다듬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건축 단지 근처에 관심이 있거나 토허제 구역 내 매물을 보고 있다면, 반드시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일정과 대출 가능 여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