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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세수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9.4%로, OECD 평균(56.0%)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제가 직접 겪었던 일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부모님이 이사를 포기하셨던 그 장면이요.

높은 거래세가 만드는 '이사 못 가는 사회'

미국에 사는 지인 집에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그분은 매년 집값의 일정 비율을 재산세로 내느라 꽤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집을 사고팔 때 드는 비용은 한국보다 훨씬 적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직장이 바뀌거나 가족 상황이 달라지면 비교적 자유롭게 이사를 결정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몇 년 전 부모님이 거주지를 옮기려 하셨는데, 취득세에 중개보수까지 합산하니 초기 거래 비용이 너무 커 결국 이사를 포기하셨습니다. 여기서 취득세란 부동산을 새로 취득할 때 한 번 납부하는 세금으로, 쉽게 말해 집을 살 때 내는 일종의 '진입 비용'입니다. 한국은 이 진입 비용이 유독 높은 구조입니다.

 

OECD가 2일 발표한 '2026 한국경제 보고서'는 바로 이 지점을 짚었습니다.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세수 비중은 3.0%로 OECD 평균(1.6%)보다 두 배 가까이 높습니다. 세금을 많이 걷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세금이 '거래할 때'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구조가 문제라는 겁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일상적입니다. 거래 비용이 크다 보니 한 번 내 집 마련에 성공하면 '절대 팔지 않겠다'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습니다. 집을 팔지 않으면 거래세도, 취득세도 다시 낼 일이 없으니까요. 투기 억제 목적으로 설계된 높은 거래세가 오히려 주택 시장의 유동성(시장에서 자산이 얼마나 자유롭게 거래되고 이동할 수 있는지)을 떨어뜨리는 역설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 한국 GDP 대비 부동산 세수 비중: 3.0% (OECD 평균 1.6%의 약 2배)
  • 한국 부동산 세수 중 보유세 비중: 29.4% (OECD 평균 56.0%의 절반 수준)
  • 높은 거래세 → 이사 비용 부담 증가 → 주거 이동성 저하 → 시장 유동성 감소

 

요약: 한국은 부동산 세금 총량은 많지만 거래세에 편중돼 있어,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주거 이동 자체를 막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보유세 인상, 타당하지만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를 따져야

OECD의 권고 방향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집을 가지고 있는 동안 매년 내는 세금)를 높이면, 집을 사고파는 데 드는 심리적·경제적 장벽이 낮아집니다.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기 쉬워지고, 시장 전체로 보면 자원이 더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런데 제 조부모님 상황을 대입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조부모님은 수십 년째 같은 집에 살고 계십니다. 별도 소득은 없고, 그 집 한 채가 사실상 전 재산입니다. 보유세가 급격히 올라간다면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는데, 오래 사신 동네를 떠나라는 압박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경우는 조부모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고령층의 상당수가 소득 없이 주택 한 채만 보유한 형태입니다.

 

OECD도 이 점을 아예 무시한 건 아닙니다. 보고서는 "저소득층 등을 위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정책이 설계될 때 이 '단계적'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지켜질지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확보가 급할수록 보유세 인상 속도를 올리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지점은 OECD 권고의 '선택적 수용' 가능성입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법인세(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를 현행 4단계 누진 구조에서 단일 세율로 전환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소득세 비과세 대상 축소, 자본 이득에 대한 균일 과세 권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론이 민감한 보유세 인상 논리에만 OECD 권고를 '방패'로 활용하고, 기업이나 자본에 불리한 권고는 조용히 묻어버리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는 걸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인상이 동시에, 그리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돼야 합니다. 한쪽만 먼저 올리고 다른 쪽은 나중에 검토하겠다는 식이라면 결국 세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가 되고 맙니다.

 

요약: 보유세 인상 방향은 타당하지만, 소득 없는 고령 1주택자 보호와 거래세 동시 인하 없이는 세 부담 증가로 끝날 위험이 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유세랑 재산세는 다른 건가요?

A. 재산세는 보유세의 한 종류입니다. 보유세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기간 동안 내는 세금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쉽게 말해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내는 세금이 보유세입니다.

 

Q. 거래세를 낮추면 집값이 오르지 않나요?

A. 단순히 거래세만 낮춘다면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OECD도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을 권고한 겁니다. 두 조치가 함께 설계돼야 투기 억제 효과를 유지하면서 시장 유동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Q. 1주택 고령자도 보유세를 다 내야 하나요?

A. 현재도 1세대 1 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액 공제나 납부 유예 제도가 일부 존재합니다. OECD 역시 단계적·점진적 도입을 권고했고, 실제 개편 시 고령 저소득 1 주택자 보호 장치가 함께 설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그 구체적 내용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나와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OECD 권고가 실제 한국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나요?

A. OECD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여론을 설득할 때 근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재정경제부가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해 정책에 참고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이달 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일부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결론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전환하자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이사를 포기했던 그 장면, 미국 지인이 이사를 자유롭게 선택하던 장면을 떠올리면 한국의 거래 장벽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제약하는지 실감합니다.

 

다만 제도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순서와 속도입니다. 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인상이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소득 없는 고령 1주택자를 위한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세수가 필요한 정부가 보유세 인상만 먼저 서두른다면, 그 개혁은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달 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이 균형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82983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