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급 발표는 넘쳐나는데 왜 집값은 안 잡힐까요? 저는 내 집 마련을 준비하면서 그 답이 '속도'에 있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서울시가 이번에 행정2부시장을 직접 컨트롤타워로 세우고 31만 가구 착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본격 속도전에 나섰습니다. 과연 이번엔 말뿐인 대책과 무엇이 다른지, 현장에서 느낀 시각으로 짚어봤습니다.

 

공정촉진회의, 왜 이번엔 다를까요?

재개발·재건축을 바라보며 "올해는 착공하겠지"를 몇 년째 반복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저도 관심 구역을 몇 곳 눈여겨봤는데, 조합 설립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 발이 묶인 채 수년이 흘러가는 걸 지켜봤습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란 정비사업에서 구체적인 건축 계획과 이주 일정 등을 자치구가 공식 승인하는 절차로, 이 단계가 밀리면 그 뒤의 모든 일정이 도미노처럼 늦어집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주택공급촉진방안'을 발표한 이후 총 17차례 실무 중심 회의를 운영해 왔습니다(출처: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결이 다릅니다. 기존에 건축기획관이 맡던 총괄 공정촉진책임관 역할을 행정2부시장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행정2부시장이란 서울시 행정 조직에서 실질적인 집행 권한을 가진 차관급 직위로, 25개 자치구를 직접 불러 앉히고 지연 구역별 대책을 논의하는 '특별 공정촉진회의'를 주재하게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시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라면 자치구 담당 국장도 '보고용 보고'를 낼 수 없는 구조가 됩니다. 실무자 선에서 얼버무리던 지연 사유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등급 분류 방식도 체계적입니다.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은 A등급, 정상 추진 중인 곳은 B등급, 지연 구역은 C등급으로 나눠 맞춤형 관리를 합니다. 최근 15차례 점검 결과 C등급이 20% 감소하고 A등급과 B등급이 각각 9%, 11% 증가한 수치는 이 관리체계가 숫자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 A등급: 서울시 표준처리기한 대비 사업 속도가 빠른 구역 (최근 9% 증가)
  • B등급: 표준처리기한 내 정상 추진 중인 구역 (최근 11% 증가)
  • C등급: 표준처리기한을 초과해 지연된 구역 (최근 20% 감소)
요약: 공정촉진회의가 부시장급으로 격상되며 지연 구역 C등급이 실제로 20% 줄었습니다. 숫자가 말하는 변화입니다.

 

인허가 지연, 어느 구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습니다

제가 가장 불합리하다고 느낀 지점이 바로 이겁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어느 자치구에 속하느냐에 따라 사업 진행 속도가 극명하게 달랐거든요. 관리처분계획인가란 조합원별 분양 설계와 이주 보상 계획을 확정하는 단계인데, 이 인가가 빠른 구와 느린 구 사이에서 체감되는 시간 차이는 1~2년이 아니었습니다.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가운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통합심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허가 권한이 사실상 자치구에 위임돼 있습니다. 여기서 통합심의란 건축, 경관, 교통영향평가 등 여러 심의를 한 번에 묶어 처리하는 방식으로, 서울시가 직접 관장합니다. 그 이전 단계인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자치구 몫입니다. 그러니 담당 인력의 전문성이 곧 사업 속도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재개발원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어 실무역량을 키우고, 정비사업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각 구에 요청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더 나아가 정비사업 업무평가와 재정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출처: 한국경제). 기관 표창이나 전보에도 정비사업 성과를 반영하겠다는 건, 지금까지 '남 일'처럼 처리하던 인허가 담당자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성과 연계가 없으면 행정 속도는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요약: 인허가 권한 대부분이 자치구에 있는 만큼, 담당 인력 전문성과 성과 인센티브가 사업 속도를 좌우합니다.

 

31만 가구,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짚어야 할 것들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이라는 목표치를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민선9기 서울시가 내건 숫자이지만, 착공이란 실제로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을 뜻합니다. 분양 물량이나 계획 가구 수가 아니라 '삽을 꽂는' 기준이니 더 엄격한 지표입니다. 그만큼 목표 달성 여부가 체감 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속도전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행정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지, 속도를 앞세워 동의율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는 세입자 보상이나 원주민 재정착 문제가 늘 민감하게 얽혀 있습니다. 제가 현장 가까이서 지켜본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인허가가 빨라졌어도 보상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착공 이후에도 분쟁이 이어지곤 했습니다.

서울시도 이 점을 의식하는지, 주민 갈등과 복잡한 인허가로 지연된 구역은 시가 직접 함께 나서 지연 요소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습니다. 김성보 행정2부시장도 "매월 한 차례씩 직접 공정촉진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의 무게는 정기적인 점검이 루틴으로 정착된다는 데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속도와 소통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공급이 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약: 31만 가구 착공 목표는 실질적인 공급 지표이나, 주민 갈등 해소와 투명한 소통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울시 공정촉진회의가 기존 실무 회의와 다른 점이 뭔가요?

A. 기존에는 건축기획관 주재로 실무 중심 회의가 열렸지만, 이번부터는 행정2부시장이 직접 25개 자치구를 불러 지연 구역별 대책을 논의합니다. 컨트롤타워의 급이 올라간 만큼 자치구의 책임감과 대응 속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Q. 재개발 인허가가 왜 자치구마다 속도가 다른 건가요?

A.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일부를 제외하면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핵심 인허가 권한이 자치구에 있습니다. 담당 인력의 전문성과 업무 부하가 구마다 다르다 보니 같은 사업 단계에서도 처리 기간이 크게 벌어지는 것입니다.

 

Q. 31만 가구 착공 목표가 실제 집값에 영향을 주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A. 착공 이후 일반적으로 아파트 준공까지 3~4년이 소요됩니다. 2031년까지 착공이 완료된다면 실제 입주 물량은 2034년 이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급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 지연(time lag)이 발생하는 만큼, 단기 집값보다는 중장기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성격의 정책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Q. 정비사업 C등급 구역에 투자하거나 조합원이 되는 건 위험한가요?

A. C등급이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거나 이주 시점이 뒤로 밀릴 위험이 있습니다. 다만 서울시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되어 오히려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는 구역도 있어, 개별 구역의 지연 원인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 판단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결론

서울시가 공정촉진회의를 부시장급으로 끌어올리고, 자치구 인허가 역량 강화와 성과 인센티브까지 연계하겠다는 방침은 지금까지의 공급 대책 가운데 가장 실행력에 무게를 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만 '공급 확대'를 외치던 시절과는 분명히 결이 다릅니다.

다만 속도가 전부는 아닙니다. 주민 갈등을 충분히 조율하면서 투명한 절차를 지키는 것, 그리고 인허가 이후 부실 시공이나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생기지 않도록 촘촘하게 후속 관리를 이어가는 것이 함께 가야 합니다. 관심 구역이 있다면 지금 어느 등급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 부서나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포털에서 현황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710702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