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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84㎡ 기준, 같은 아파트 같은 층 수준인데 신규 계약 보증금이 재계약보다 8,000만 원 더 높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숫자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재작년 전세 만기를 앞두고 고민하던 지인 곁에서 지켜봤던 저로서는 이 숫자가 결코 숫자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새로 이사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 그 막막함이 지금 서울 전세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습니다.

 

 

신규계약 vs 재계약, 8,000만 원 격차의 실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을 분석한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전용 84㎡ 기준으로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 보증금 격차가 1월 4,375만 원에서 6월에는 8,00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출처: 아주경제). 전용 59㎡도 마찬가지입니다. 1월에 3,500만 원이었던 차이가 6월에는 7,750만 원으로 확대됐으니, 면적을 가릴 것 없이 격차가 급격히 커진 셈입니다.

이 데이터는 동일 단지·동일 면적에서 신규와 재계약이 모두 이뤄진 사례의 보증금 중앙값을 비교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앙값이란 수집된 거래 금액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값으로, 극단적인 고가·저가 거래에 덜 흔들리는 통계 기준입니다. 그러니 일부 특이 사례가 수치를 끌어올렸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재작년에 제가 지인의 상황을 곁에서 지켜봤을 때도 인근 유사 평형의 신규 계약 호가가 기존 보증금보다 7,000만 원가량 높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우리 동네가 유독 심한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서울 전역의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훨씬 구조적인 문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서울 전용 84㎡: 신규 7억 원 vs 재계약 6억 2,000만 원 (격차 8,000만 원)
  • 서울 전용 59㎡: 신규 5억 4,750만 원 vs 재계약 4억 7,000만 원 (격차 7,750만 원)
  • 경기 전용 84㎡: 격차 1,050만 원 → 5,100만 원으로 확대
  • 인천 전용 59㎡·84㎡: 격차 각각 950만 원·712만 원으로 수도권 최저
요약: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인데도 서울 신규 전세 계약은 재계약보다 최대 8,000만 원 더 비싸며, 이 격차는 올해 상반기에만 두 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재계약 격차를 만드는 구조, 계약갱신청구권의 두 얼굴

신규 계약과 재계약의 보증금이 왜 이렇게까지 벌어지는 걸까요. 핵심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종료 시 한 차례에 한해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 경우 임대료 인상 폭은 직전 계약 보증금의 5% 이내로 제한됩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신규·재계약 간 가격 이중구조를 만드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재계약은 기존 계약 보증금에서 최대 5%만 올릴 수 있으니 시세 상승분을 다 반영하지 못합니다. 반면 신규 계약은 현재 시세가 100% 즉시 반영됩니다. 전셋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두 숫자 사이 간격은 자연히 벌어집니다. 이 구조를 이중 임대차 시장이라고 표현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표현이 꽤 정확하다고 느낍니다.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가 사실상 다른 시장에서 거래하는 셈이니까요.

"계약갱신청구권이 세입자를 보호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명제가 절반만 맞다고 봅니다. 이미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는 확실한 방패가 됩니다. 하지만 새로 집을 구하는 세입자에게는 시장이 억눌린 재계약 물량만큼 더 가파른 가격을 요구하는 구조가 됩니다. 보호받는 사람과 그 비용을 떠안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요약: 계약갱신청구권의 5% 인상 제한이 재계약 가격을 억제하는 동시에, 신규 계약에는 시세 전체를 한꺼번에 전가하는 이중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재계약 비중이 신규를 넘어섰다는 것의 의미

올해 서울에서는 4월부터 재계약 비중이 신규 계약을 추월했습니다. 1월 기준 신규 계약 비중이 52.6%였는데, 6월에는 45.0%로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재계약 비중은 47.4%에서 55.0%로 올라섰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중은 46.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5%보다 증가했으며, 전세만 따지면 갱신 비중이 51.3%에 달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이 숫자가 보여주는 건 단순히 "사람들이 이사를 덜 간다"는 게 아닙니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 전세를 구하면 보증금이 7,000만~8,000만 원 더 들고, 여기에 이사 비용과 중개보수까지 얹히면 실제 부담은 1억 원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규모의 추가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는 건 중산층 가계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재작년 지인의 경우, 다행히 임대인이 5% 인상 범위 내에서 재계약을 제안해 줘서 한숨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지인이 제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재계약은 됐는데, 이다음에 나가야 할 때가 더 두렵다"고요. 머물 수 있어서 안도하면서도, 시장 밖으로 밀려날 날이 두렵다는 감정이 공존하는 것, 그게 지금 서울 전세 세입자의 현실입니다. 지켜보는 저 역시 주거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감각이 몸으로 와닿았습니다.

요약: 서울에서 재계약 비중이 신규를 추월한 것은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신규 계약의 비용 장벽이 너무 높아진 결과로 읽어야 합니다.

 

이중구조 고착화, 정책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전세 시장은 자율 시장이니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지금 이 상황이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정책 개입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제도가 만든 구조적 왜곡인 만큼, 정책이 그 왜곡을 방치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공급입니다. 전세 매물 부족이 신규 계약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원인인데, 매물이 충분히 늘어나야 신규 계약과 재계약 사이의 격차가 자연스럽게 좁혀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전세 매물 부족이란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전세 가능 주택의 절대 수량이 수요에 비해 모자란 상태를 말합니다.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떤 가격 규제를 해도 풍선 효과가 반복됩니다.

보완책으로는 신규 계약 시 임대료 상승 폭을 일정 수준에서 제어하는 방안, 또는 임대차 정보 투명성을 높여 세입자가 적정 시세를 파악하고 협상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다만 "규제가 시장을 왜곡한다"는 반론도 근거 없이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주거 시장을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지금은 공급 확대와 가격 충격 완화책을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지,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이중구조가 고착화되면 주거 이동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사라집니다. 살던 집에 머무는 게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음'이 되는 시장, 그 경직성은 장기적으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노동 유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거 정책을 부동산 가격만의 문제로 좁게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약: 신규·재계약 이중구조는 제도 설계의 부작용인 만큼, 공급 확대와 신규 계약 가격 충격 완화책을 병행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무조건 5%만 올려도 되나요?

A.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임대료 인상 폭이 직전 계약 보증금의 5% 이내로 제한됩니다. 다만 이 권리는 임차인이 한 차례만 행사할 수 있고, 임대인에게 실거주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된다"라고 보기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적용되지만 예외 상황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신규 계약이랑 재계약 보증금 격차, 앞으로도 계속 커질까요?

A.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 격차가 좁혀지기보다는 유지되거나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공급 물량이 시장에 풀리거나 금리 변동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에는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단기간에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재계약할 때 보증금 협상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것인지 먼저 결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권리를 행사하면 인상 폭이 5%로 제한되므로, 시세보다 훨씬 낮은 보증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협상 전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에서 인근 동일 면적의 신규·재계약 거래 사례를 미리 확인해 두면 협상 근거를 갖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인천은 왜 서울·경기보다 격차가 작은 건가요?

A. 인천은 상반기 기준 신규·재계약 격차가 전용 59㎡ 950만 원, 84㎡ 712만 원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서울·경기에 비해 전셋값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천은 안전하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서울·경기 대비 상승 압력이 낮은 시점이라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론

같은 아파트인데 8,000만 원 차이가 난다는 건, 단순히 전셋값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사할 자유가 사라지고, 머물 수밖에 없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재계약 비중이 신규를 추월한 지금, 이 흐름이 자리를 잡기 전에 공급 확대와 신규 계약 가격 충격 완화를 함께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시장 전체를 바꾸는 건 한 개인이 할 수 없지만, 내 계약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참고: https://www.ajunews.com/view/20260706090248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