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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약은 보통 입주 한두 달 전에 하는 거라고 다들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에서는 입주 4개월 이상 전에 계약을 끝내지 않으면 원하는 물건을 잡기 어렵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직접 부동산 중개업소를 발품 팔아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선점경쟁 — 4개월 전 계약이 왜 상식이 됐나

일반적으로 전세계약은 입주 한 달, 길어야 두세 달 전에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매물이 나오기 전에 계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세입자 입장에서도 너무 일찍 계약하면 그만큼 자금이 묶이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이미 옛말이 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6월 서울에서 체결된 신규 아파트 전세계약 3,283건 가운데 297건이 계약 개시일보다 4개월 이상 앞서 체결됐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전체의 9.05%로, 지난해 같은 달의 3.29%와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2.8배로 뛴 수치입니다.

이 조기계약 비중은 올해 내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1월 2.42%에서 3월 5.23%, 5월 8.57%로 높아진 데 이어 6월에는 9%를 넘어섰습니다. 조기계약이란 계약 개시일, 즉 실제 입주일보다 일정 기간 앞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직 살 집이 비어 있지도 않은데 먼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셈입니다. 저도 전세 만기를 앞두고 몇 달 전부터 발품을 팔았는데, 중개사마다 "지금 안 잡으면 없다"는 말을 반복했고 그 말이 허세가 아님을 매물 검색창을 열어볼 때마다 실감했습니다.

  • 2025년 6월 서울 신규 전세계약 중 조기계약(4개월 이상 선행) 비중: 9.05%
  • 전년 동월(3.29%) 대비 약 2.8배 급증
  • 1월 2.42% → 3월 5.23% → 5월 8.57% → 6월 9.05%로 가파른 상승세
  • 10건 중 1건꼴로 입주 4개월 전 계약 완료
요약: 서울 전세 조기계약 비중이 1년 새 2.8배 급증하며, 4개월 전 선점이 사실상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매물품귀 — 외곽 지역일수록 더 빨리 사라진다

보증금 부담이 낮은 외곽 지역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는 것을 발품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조기계약 현상은 강남권보다 중저가 밀집 지역에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6월 기준 서울에서 조기계약 비중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금천구로 21.28%를 기록했습니다. 금천구의 전세 매물은 올해 들어 약 60%나 감소했습니다. 전체 매물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상황에서 남은 물건을 먼저 잡으려는 세입자들이 몰린 결과입니다. 관악구가 15.56%로 뒤를 이었고, 양천구 14.04%, 강동구 11.56%, 구로구 11.02% 순이었습니다.

임대차 3법이라는 제도가 2020년 도입된 이후 전월세 시장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임대차 3법이란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를 묶은 법률로, 기존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을 높이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집주인들이 신규 임대 물건을 내놓기를 꺼리게 되면서 시중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매물 부족의 체감 강도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괜찮다 싶은 물건은 올린 지 하루 이틀 만에 사라졌고,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이미 다른 사람이 계약서를 들고 있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요약: 금천구(21.28%)·관악구(15.56%) 등 외곽·중저가 지역의 전세 매물이 60%까지 급감하며 선점 경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공급절벽 — 내년이 더 문제인 이유

지금 상황도 힘든데, 내년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1만 8,475가구로, 올해 3만 2,703가구의 절반 남짓에 불과합니다. 입주 물량 급감은 전세 시장에 직격탄입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기존 거주자가 이동하면서 빈 물건이 시장에 나오는데, 그 흐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전셋값 상승세도 이미 역대급 수준에 올라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2025년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1.37%로 201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전세가율이란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뜻합니다.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세입자의 보증금 부담이 커지고, 매매 전환을 선택하는 세입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전세 수요가 어느 정도 분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월세 전환 비용 부담이 더 커지면서 오히려 전세 수요가 몰리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공급절벽이란 단순히 물건이 적다는 게 아니라,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반 토막 나는 구조적 불균형을 의미합니다. 이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조기계약 비중은 내년에 10%를 가볍게 넘어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기적인 심리 안정에 기댈 것이 아니라 도심 내 공급 확대, 비아파트 임대시장 정상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요약: 2026년 서울 입주 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공급절벽이 예고된 만큼, 전세난은 당분간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 조기계약을 하면 세입자에게 불리한 점은 없나요?

A. 계약 시점이 빠를수록 그만큼 보증금이 오래 묶이고, 중간에 사정이 바뀌면 위약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기계약은 집주인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요즘 시장에서는 세입자도 선택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약 전 특약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금천구나 관악구 같은 외곽 지역 전세가 왜 이렇게 빨리 없어지나요?

A. 강남권 전셋값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규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금천구는 올해 전세 매물이 60%나 줄었습니다. 수요는 몰리는데 물건은 없으니 선점 경쟁이 가장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Q. 내년에는 전세 상황이 나아질까요?

A.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인 약 1만 8,000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공급 측면에서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유지되는 구조인 만큼, 내년 이맘때쯤에는 조기계약 비중이 1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Q.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언제부터 집을 알아봐야 하나요?

A. 현재 시장 흐름을 보면 최소 4~5개월 전부터 움직이는 것을 권합니다. 저도 두세 달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가 원하는 조건의 물건을 찾기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히 외곽 중저가 지역일수록 매물 소진 속도가 빨라 여유 있게 시작하는 편이 심리적으로도, 협상력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지금 서울 전세 시장은 "기다리면 나온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조기계약 비중이 반년 만에 4배 가까이 뛰었고, 내년 공급절벽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선택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정책 처방이나 심리 안정 효과에 기댈 것이 아니라, 도심 내 다주택 규제 합리화와 비아파트 임대시장 정상화 같은 공급 측면의 실질적 대책이 시급합니다.

전세 만기가 가까워진 분이라면 지금 당장 시장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조금이라도 일찍 움직인 쪽이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발품이 곧 보증금 절약입니다.

참고: https://www.mk.co.kr/news/realestate/12103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