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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더 이상 새 아파트를 지을 빈 땅이 없다는 사실, 체감하고 계십니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을 도심 주택 공급의 '마스터키'로 규정하며 정부의 규제 기조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저도 관심을 두고 있는 재개발 구역의 사업이 해를 넘겨도 제자리걸음인 걸 지켜보면서, 이번 논쟁이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도심 공급의 한계, 재개발·재건축이 답인가

일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단기 공급 대책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실제 공급까지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방송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했습니다. 이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논리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서울 도심의 특정 재개발 구역을 꾸준히 들여다봤습니다. 그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즉 노후 주거지를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행정이 공식적으로 범위를 확정하는 절차를 통과하고도 행정 규제와 사업성 심사 지연으로 조합 설립조차 수년째 묶여 있었습니다. 그 사이 매물은 씨가 말랐고, 호가는 꾸준히 올랐습니다. 3~5년이 걸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시작조차 못 하게 막아두는 구조가 문제였습니다.

서울은 이미 가용 택지가 사실상 소진된 도시입니다. 신규 택지 개발이란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도심 직장 접근성이 떨어져 실수요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도심 안에서 기존 노후 주거지를 재편하는 정비사업이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공급 경로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표현처럼 '마스터키'라는 수식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대안을 놓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여기서 용적률(容積率)이라는 개념을 짚어야 합니다. 용적률이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로, 쉽게 말해 같은 땅에 얼마나 높이, 얼마나 많은 세대를 지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수치입니다.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은 이 용적률 상향 여부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현재 정부와 서울시 간의 논의도 이 용적률 규제를 어디까지 풀 것인지를 둘러싼 줄다리기에 가깝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주택 공급 로드맵(출처: 국토교통부)에서도 정비사업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를 일부 포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규제 완화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조합 설립까지 평균 수년이 소요되는 행정 지연이 실질적 병목
  • 용적률 상향 여부가 재건축 사업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
  • 신규 택지 공급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도심 정비사업이 사실상 유일한 공급 경로
  • 정비사업 지연은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켜 기존 집값 상승 압력을 높임
요약: 서울 도심의 택지 고갈 현실에서 재개발·재건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공급 수단이며, 용적률 규제와 행정 지연이 핵심 병목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투기 불쏘시개가 될까

재개발·재건축을 강조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결국 투기 세력에게 먹이를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이재명 정부 내부에도 정비사업을 투기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솔직히 이 우려가 완전히 근거 없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관심을 뒀던 그 재개발 구역에도, 실거주 의사 없이 지분 쪼개기로 입주권을 확보하려는 외지인 투자자들이 이미 적잖이 들어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냉정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를 강화해서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졌을 때와, 규제를 풀어서 사업이 속도를 냈을 때, 어느 쪽이 실수요자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사업이 묶여 있는 동안 신축 공급은 없고, 기존 노후 주택의 가격만 '재개발 기대감'으로 올랐습니다. 규제가 투기를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희소성을 키워 투기 심리를 자극한 셈이었습니다.

공공 주도 공급 정책에 대해서도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공공재개발이란 LH나 SH 같은 공공기관이 사업 시행자로 직접 참여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민간 조합 대신 공공이 전면에 서는 구조입니다.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는 토지 보상 협의 지연과 복잡한 행정 절차로 사업이 중도에 좌초되는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내부 보고서에서도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다수가 당초 일정보다 2~3년 이상 지연됐다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서울주택도시공사).

그렇다고 민간 정비사업이 만능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분양가 상한제, 즉 분양가를 일정 기준 이하로 제한해 수분양자의 초기 부담을 낮추는 제도처럼, 공급 확대와 함께 과도한 투기 이익을 제어하는 장치는 병행돼야 합니다. 오세훈 시장도, 정부도 '공급 대 규제'라는 이분법으로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인상인데, 저는 그게 가장 아쉽습니다. 사업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초과 이익 환수 장치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실수요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보입니다.

요약: 규제 강화가 투기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희소성을 키워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며, 공급 속도 확대와 초과 이익 환수 장치의 병행이 실질적 해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개발·재건축이 실제로 집값을 낮추는 효과가 있나요?

A.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진행되는 수년간은 이주 수요가 늘고 공급은 줄어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사업이 완료돼 신축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중장기적으로는 도심 공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단기 처방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아예 시작도 못 하는 상태보다는 진행 중인 사업이 시장에 훨씬 긍정적인 신호를 줍니다.

 

Q. 용적률을 올리면 왜 사업성이 좋아지나요?

A. 용적률이 높아지면 같은 땅에 더 많은 세대를 지을 수 있어 일반 분양 물량이 늘어납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일반 분양 수익으로 조합원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분양 가능 세대수가 늘수록 조합원이 실제로 부담해야 할 추가 분담금이 줄어듭니다. 결국 용적률 상향은 사업의 수익성뿐 아니라 기존 주민들의 부담을 낮추는 역할도 합니다.

 

Q. 공공재개발과 민간 정비사업, 어느 쪽이 더 빠른가요?

A. 이론상으로는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면 행정 절차가 단축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토지 보상 협의와 공공기관 내부 심의 절차가 더해져 오히려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민간 정비사업은 이미 주민 동의를 기반으로 조합이 구성돼 있어, 행정이 절차를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속도가 붙을 여지가 큽니다.

 

Q. 분양가 상한제가 재건축 사업에 걸림돌이 되나요?

A.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를 일정 기준 이하로 묶어 수분양자 부담을 낮추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분양가를 제한하면 조합의 일반 분양 수익이 줄어들어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투기 억제와 공급 촉진이라는 두 목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표적인 지점이라, 어느 한쪽만 강조하는 정책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습니다.

 

결론

오세훈 시장과 이재명 정부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둘 다 반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이 도심 공급의 핵심 수단이라는 점은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규제를 걷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시각 역시 투기 억제라는 공공 과제를 너무 가볍게 봅니다.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되, 초과 이익 환수 같은 정교한 장치를 병행하는 것이 실수요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길입니다.

'공공 대 민간'이라는 소모적인 이념 대결보다, 지금 당장 조합 설립 단계에서 묶여 있는 사업들부터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재개발 구역을 관심 있게 보고 계신 분이라면, 해당 구역의 정비구역 지정 여부와 조합 설립 진행 단계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사업 단계별 리스크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참고: 오세훈 "재개발·재건축이 공급 마스터키…정부가 최대 리스크" (동아일보) / 오세훈 "재건축·재개발이 도심 공급 핵심…정부가 최대 리스크"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