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수십억 원의 상가 분양수입을 스스로 내려놓고 있습니다. 잠실우성4차는 약 82억 원에 달하는 일반분양 수입을 포기했고, 목동8단지는 상가 부지를 아예 사업 밖으로 잘라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이건 포기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실 리스크 — 왜 조합들은 돈을 버리는가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는 오랫동안 '효자 수입원'으로 불렸습니다. 단지 내 근린생활시설을 분양해 얻는 수익이 전체 사업비를 낮추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조합들의 계산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3년 3분기 8.3%에서 2025년 3분기 9.3%로 2년 새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기서 집합상가 공실률이란 분양된 상가 중 실제로 임차인 없이 비어 있는 비율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이미 지어진 상가 열 곳 중 한 곳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인근 단지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느낀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1층 상가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은 채 몇 달째 방치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경매 시장도 비슷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2024년 서울 아파트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141건으로 전년 대비 41% 급증했습니다. 상가를 낙찰받으려는 수요보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합이 상가를 짓고도 분양에 실패하면 그 뒤는 훨씬 가혹합니다. 미분양 상가에서 발생하는 대출 이자, 관리비, 재산세를 조합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잠실우성4차가 82억 원의 수입을 포기한 것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당장의 수입보다 준공 후 '공실 폭탄'을 맞는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등 낙후된 주거지를 정비하는 사업)에서 상가 소유주와의 갈등은 사업 속도를 가장 크게 늦추는 변수 중 하나입니다. 목동8단지의 경우, 아파트 소유주 측과 상가 소유주 측이 감정평가업체 선정 참여권, 수익성 외부 검증, 아파트 배정 조건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2024년 12월 상가 제척안이 95.6%, 2025년 2월 창립총회에서 공유물 분할 청구안이 96.8%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조합원 거의 전원이 '차라리 잘라내자'는 쪽에 손을 든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 수준의 압도적 찬성률은 그만큼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았다는 방증입니다.

  •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 2023년 3분기 8.3% → 2025년 3분기 9.3% (한국부동산원)
  • 서울 아파트 상가 경매 건수: 2024년 141건, 전년 대비 41% 증가 (지지옥션)
  • 잠실우성4차: 상가 일반분양 수입 약 82억 원 포기, 상가 건립 계획 철회
  • 목동8단지: 상가 제척안 95.6% 찬성 → 2025년 4월 조합설립인가 취득
요약: 공실률 9%를 넘어선 상가 시장과 경매 급증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조합들은 단기 분양수입보다 사업 속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사업 속도와 주거 환경 — 빠른 준공이 능사는 아니다

상가를 없애거나 줄인 자리에 주택을 더 올리는 움직임도 뚜렷합니다. 여의도 진주아파트는 약 1,600㎡의 상가 부지를 제척하고 남은 용적률을 주거 면적에 집중해 최고 57층, 602가구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기존 계획보다 24가구가 늘었습니다. 노량진1구역은 상가 면적을 1만3,879㎡에서 7,801㎡로 절반 가까이 줄였고, 노량진3구역도 3,709㎡를 삭감해 주택 분양 면적을 확대했습니다. 노량진4구역은 아예 신축 건물에서 상가를 제로로 만들었습니다.

용적률이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말합니다. 상가로 쓰던 면적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법적으로 허용된 용적률 한도 안에서 더 많은 가구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같은 땅에서 팔 수 있는 아파트를 더 늘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업성 개선 측면에서는 분명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멈추고 한 가지 더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처럼 단지 중앙의 올림픽프라자상가와 스포츠센터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하면, 준공 후 수천 가구의 입주민들이 쓸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건축이 끝나면 새 아파트 옆에 낡은 상가 건물이 섬처럼 남겨지는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척(除斥)이란 도시정비법상 특정 토지·건물을 정비사업 구역에서 공식적으로 분리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여기서 제척이란 말 그대로 해당 부지를 사업 밖으로 끊어내는 것입니다. 일단 제척이 확정되면 신축 단지와 제척된 건물 사이에 관리 주체가 달라져, 경관 통일이나 주차 공유 같은 단지 운영이 복잡해집니다. 가락우성1차처럼 동의율 조건을 달아 '조건부 제척'을 의결하는 방식은 이런 문제를 사전에 막으려는 절충안으로 보입니다.

제 경험상, 재건축 완료 단지를 보면 상권이 잘 형성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주거 만족도 차이가 꽤 큽니다. 단지 안에서 생활이 해결되는 곳은 입주 초기부터 커뮤니티가 살아나는 반면, 편의시설이 부족한 곳은 공실 상가 대신 공터만 남겨진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상가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상가 제척이 당연히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10년, 20년 후 그 단지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일상까지 설계하는 문제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도시정비법상 조합은 정비계획 수립 시 생활편의시설 확보 여부를 검토할 의무가 있습니다. 속도와 편의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균형 잡힌 계획 수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요약: 상가를 줄여 주택을 늘리는 전략은 사업 속도와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지만, 준공 후 입주민의 생활 편의성과 단지 경관까지 함께 고려해야 진짜 완성된 정비사업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건축 상가 제척이 되면 상가 소유주는 어떻게 되나요?

A. 제척이 확정되면 해당 상가 소유주는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잃고 사업에서 분리됩니다. 도시정비법상 토지분할 소송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조합이 인가를 받을 수 있어, 상가 소유주는 별도로 건물을 관리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목동8단지의 경우 당시 상가 소유주 동의율이 25% 수준에 머물러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Q. 상가를 없애면 재건축 후 편의시설이 부족해지지 않나요?

A. 충분히 현실적인 우려입니다. 단지 규모와 입지에 따라 영향이 다르지만, 대형 상권이 인접한 곳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습니다. 반면 자체 상가에 의존도가 높았던 단지는 준공 후 입주민들이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도 '입지와 상권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Q.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면 재건축 조합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조합이 상가를 분양하지 못하면 그 상가에서 발생하는 대출 이자, 관리비, 재산세를 조합이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분양수입이 예상보다 적더라도 상가를 없애는 편이 재무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생깁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이 이미 9.3%를 넘긴 상황에서 이 리스크는 더욱 현실적입니다.

 

Q. 상가 면적을 줄이면 재건축 아파트 가구 수가 실제로 늘어나나요?

A. 네, 용적률 범위 안에서 가능합니다. 용적률이란 대지 대비 건물 총 연면적의 비율로, 상가로 쓰던 면적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허용된 용적률 한도 내에서 주택 가구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여의도 진주아파트가 상가 부지를 제척한 뒤 기존 계획보다 24가구를 추가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론

상가 제척과 축소는 지금 이 시장에서 조합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자구책입니다. 공실률 9%를 웃도는 상가 시장, 전년 대비 41% 급증한 경매 건수, 수십억 원의 분양수입보다 무거운 공실 관리 부담 — 이 숫자들을 놓고 보면 조합의 선택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준공 단지들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속도만 좇다가 놓치는 게 있다는 점입니다. 신축 아파트 옆에 낡은 상가 건물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입주 후 편의시설 하나 없어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단지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검토 중인 단지라면, 단기 사업 속도와 함께 제척 이후 남겨질 주거 환경의 완성도까지 반드시 함께 설계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6/07/22/SHZ2W7UILNG7BAANXUXLJVW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