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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준비하며 부동산을 돌아다니다가 제가 직접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예산에 맞는 아파트 전세 매물은 씨가 말라 있고, 겨우 찾아낸 물건은 2년 전보다 보증금이 1억 원 넘게 올라 있었습니다. 올해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7% 줄고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가 11% 넘게 늘어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서민들이 아파트를 떠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가 서민을 밀어내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릅니다.

전세 품귀, 왜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보기 전까지는 "전세 물건이 이 정도로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노원·도봉·강북 같은 강북권의 2억~4억 원대 저가 전세 아파트는 올해 들어 특히 심각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건이 줄어든 배경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신규 입주 물량 자체가 급감했습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아파트 제외)은 2024년 32만 가구에서 2025년 23만8천 가구, 올해는 17만5천 가구로 수직 낙하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신축 아파트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던 전월세 물량이 그만큼 줄어든 셈입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가 결정타가 됐습니다. 토허구역이란 특정 지역의 토지 거래를 허가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정한 구역으로,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부과됩니다. 쉽게 말해 집을 사면 반드시 직접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작년 10·15대책 이후 이 구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으로 확대되자,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도 새 매수자가 직접 들어와 살면서 전세 매물은 거래될 때마다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아실 집계 기준 현재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3만7천551건으로, 2년 전(4만3천917건)보다 14.5% 감소한 상태입니다.
- 신규 입주 물량 급감: 2024년 32만 가구 → 올해 17만5천 가구로 반 토막
- 토허구역 확대: 서울 전역 + 경기 12곳, 매수 시 실거주 의무 부과
-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 다주택자 매도 → 전세 매물 동반 감소
- 갱신계약 비중 증가(서울 아파트 46.0%): 신규 물건 공급 더욱 위축
빌라로의 이동, 포비아를 넘어선 현실
제가 빌라를 처음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솔직히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면서 한동안 '빌라 포비아'라는 말이 돌았고, 저도 그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중개사무소에 가보니 이미 비슷한 처지의 임차인들이 꽤 와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비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 전월세 거래는 전국 기준 70만1천756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5% 늘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서울만 봐도 6.3%, 지방은 무려 19.1% 증가했습니다. 빌라 포비아가 현실의 비용 앞에서 서서히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
가격 차이가 이 이동을 설명합니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 평균 보증금은 6억5천875만원으로, 2년 전(5억5천377만원)보다 1억 원 이상 뛰었습니다. 반면 연립·다세대 신규 전세 평균 보증금은 2억3천764만원으로, 2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금이 19% 오르는 동안 빌라는 소폭 상승에 그친 겁니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더해졌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이란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대출로, 지난해 10·15대책 이후 1주택자가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됩니다. DSR이란 연간 소득에서 모든 부채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기준을 넘으면 대출 자체가 막힙니다. 대출이 막힌 임차인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아파트로 흘러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선호 변화가 아니라 선택지가 없어진 결과입니다.
대출 규제 강화, 서민 주거는 어디로
물건도 없고 가격도 높은데, 이제 대출마저 더 옥죄겠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대출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전세대출 축소를 예고했고, 정부는 하반기 전세대출 보증 축소 및 DSR 확대 적용을 검토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세대출 규제는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다릅니다. 규제의 칼날이 투기 수요와 실거주 수요를 가리지 않고 내려오면, 결국 자산이 없는 서민이 먼저 맞습니다. 이미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1~5월 기준 51.3%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즉 월세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월세화란 임차 시장에서 보증금 위주의 전세 계약이 줄고 매월 임차료를 내는 월세 계약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고정 지출이 늘어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자산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전셋값을 올려주지 못한 임차인들이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고, 일부는 아예 빌라 월세로 떠나고 있습니다. 강북 지역 일부에서는 전세를 구하지 못하자 아예 매수로 전환하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주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시점에, 계단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에서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죄는 대신, 투기 수요와 실거주 수요를 구분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고가 전세나 다주택자 대출은 제한하되, 무주택 서민의 전세대출은 열어두는 차별화된 정책이 없다면 '탈 아파트'는 비자발적 선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아파트 전세 물건이 이렇게 줄어든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
A. 크게 두 가지가 맞물렸습니다. 올해 전국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17만5천 가구로 2024년(32만 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집을 사면 직접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기존 전세 매물이 거래될 때마다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이 2년 전보다 14.5% 감소했습니다.
Q. 빌라 전세는 아직 전세사기 위험이 있지 않나요?
A. 전세사기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다만 계약 전 등기부등본 확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확정일자 취득 등 기본 안전장치를 챙기면 리스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전세 보증금과 빌라 보증금이 최대 3~4억 원 차이 나는 현실에서, 이 절차들을 꼼꼼히 밟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Q. 전세대출 DSR 규제가 적용되면 대출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A.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연간 소득 대비 모든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현재 은행권 기준 40%가 상한선입니다. 연 소득이 5천만 원인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천만 원을 넘으면 추가 대출이 막힙니다. 기존에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부채가 있는 임차인은 전세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보증금 마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Q.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 임차인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월세는 매달 고정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산 형성에 불리합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평균이 137만3천원으로 2년 전(109만6천원)보다 25% 올랐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전세는 목돈이 묶이는 대신 이자 개념의 비용만 발생하지만, 월세는 보증금 없이도 매달 현금이 나가므로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제가 이사를 준비하면서 데이터로만 보던 '탈 아파트' 현상을 몸으로 겪고 나니, 이건 선택이 아니라 밀려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허구역 확대, 입주 물량 감소, 대출 규제가 차례로 쌓이면서 서민들의 주거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그 결과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하반기 전세대출 추가 규제가 현실화되기 전에, 본인의 소득과 대출 가능 금액을 먼저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세를 고집하기 어렵다면 빌라나 월세로의 전환을 현실적인 옵션으로 열어두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가든, 내 주거를 지키는 건 결국 발 빠른 정보 파악에서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