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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때 전국에서 손꼽히는 부자 도시로 불렸던 포항이 2022년 6월 인구 50만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48만 명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설마 포항이?' 싶었는데, 제철소 공장 폐쇄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면서 이 도시의 위기가 결코 남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박용선 신임 시장이 취임 첫날 선택한 행보와 그 이면에 담긴 과제를 직접 살펴봤습니다.

철강 침체의 실상 — 숫자 뒤에 가려진 현장
일반적으로 포항 하면 여전히 '철강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지만, 제 경험상 현장 분위기는 그 이미지와 꽤 다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1제강 공장과 1선재 공장을 연이어 폐쇄했고, 현대제철 포항 2공장도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현대제철 1공장 중기 사업부 매각까지 현실로 닥쳤으니, 구조조정(restructuring)의 칼날이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생산 라인·인력·자산을 대폭 재편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저도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는데, 막막함이란 말로는 다 담기지 않더군요. 생존의 기로에 선 소상공인들의 한숨도 그 옆에 있었습니다. 지역 내 제조업 일자리가 줄면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그 충격이 골목 상권으로 번지는 '고용-소비 연쇄 수축' 구조, 즉 한 산업의 침체가 지역 경제 전반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는 현상이 포항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도 뚜렷합니다. 포항 인구는 2022년 6월 50만 명 선이 붕괴된 후 불과 수년 만에 48만 명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인구 감소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닙니다. 세수가 줄고, 지역 내 소비가 위축되며, 학교·병원 같은 공공 인프라가 축소되는 악순환으로 직결됩니다(출처: 통계청). 제가 직접 체감한 지방 중소도시의 공동화 속도는 수치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조용하게 진행됩니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 공장 폐쇄
- 현대제철 포항 2공장 휴업, 1공장 중기 사업부 매각
- 2022년 6월 인구 50만 선 붕괴 → 현재 48만 명대
- 일자리 감소 → 청년 이탈 → 소비 위축 → 골목 상권 타격
상생 행정과 미래 산업 — 희망인가, 구호인가
박용선 시장이 취임 첫날 형산강 로터리에서 간부 공무원들과 함께 철강 공단 출근길 인사에 나선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취임 첫 결재로 '올 굿 포항(All-Good Pohang) 상생 위원회' 설치를 택한 것도 그렇습니다. 상생 위원회란 시민·기업·노동·행정이 한 테이블에 앉아 지역 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협의 기구를 의미합니다. 상징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위원회가 항상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처럼 포장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봐왔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번 행보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보고 싶습니다. 결국 관건은 속도와 실효성입니다.
미래 먹거리로 제시된 두 축은 수소환원제철과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입니다. 수소환원제철(Hydrogen Reduction Steelmaking)이란 기존의 석탄·코크스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해 철광석을 제련하는 공법입니다. 쉽게 말해 탄소 배출 없이 쇳물을 만드는 기술로,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포스코가 이 전환을 추진 중이고, 포항시가 행정적 지원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출처: 한국경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형태를 본뜬 이족보행 로봇으로, 제조 현장부터 물류·서비스까지 적용 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포항이 철강 기반 제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R&D(연구개발)와 실증 기반 시설을 갖춘 거점 도시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분명 있습니다. 여기서 실증 기반 시설이란 새로운 기술을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시설을 가리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수조 원대 투자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지금 당장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와 폐업 직전의 소상공인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장기 전략과 단기 민생 안정 대책이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는 점, 이것이 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포항 인구가 왜 이렇게 빠르게 줄고 있나요?
A. 일반적으로 인구 감소를 출생률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많지만, 포항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주력 산업인 철강 분야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면서 청년층과 경제활동 인구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사회적 인구 감소'가 핵심 원인입니다. 2022년 6월 50만 명 선 붕괴 이후 하락 속도가 가팔라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Q. 수소환원제철이 실제로 포항 경제를 살릴 수 있나요?
A. 수소환원제철은 탄소 배출 없이 철을 생산하는 미래형 제철 기술로, 철강 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환 방향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대규모 기술 전환이 실제 지역 고용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합니다. 지금 당장의 고용 충격을 흡수할 단기 대책 없이 장기 전략만 내세우면 현장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올 굿 포항 상생 위원회'는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상생 위원회는 시민·기업·노동·행정이 한 테이블에서 지역 위기를 공동 논의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협의 기구입니다. 상징적인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는 분명하지만, 위원회의 실효성은 정기 운영 여부와 결정 사항의 실제 집행력에 달려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운영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의제 설정과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Q. 포항처럼 주력 산업이 침체된 지방 도시가 살아난 사례가 있나요?
A. 해외에서는 독일 루르(Ruhr) 공업 지역이 철강·석탄 산업 쇠퇴 후 문화·첨단 산업으로 전환해 부활한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산업 도시가 유사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까지는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와 일관된 정책 집행이 공통적으로 필요했습니다.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로드맵이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 있는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결론
박용선 시장의 취임 첫 행보는 분명히 방향을 잘 잡은 출발입니다. 철강 공단 근로자와의 첫 접촉, 1호 결재로 상생 위원회를 선택한 것, 수소환원제철과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내건 것 모두 이 도시가 직면한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저도 그 진정성은 충분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내일에 대한 믿음'입니다. 지금 당장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폐업 직전의 소상공인, 짐을 싸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5년, 10년 후의 청사진보다 지금 당장의 버팀목이 더 절실합니다. 미래 산업 육성이라는 장기 전략과 함께 실효성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이 끝까지 병행된다면, 포항이 다시 일어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포항의 다음 6개월을 주목해 주세요.

